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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프린세스]통곡의 벽 외전 1-2

마야마얌 2022. 2. 15. 00:23

도시 바깥으로 끝없는 사막이 펼쳐져 있다. 얼마나 오래 날아왔는지 가늠도 안 올 때쯤, 저 멀리서 부서진 벽들을 발견한다.

라이트 저게 뭐지?

좀더 자세히 보려고 가까이 다가가니, 사막 한가운데 있는 폐허가 눈에 들어온다. 꽤 오래된 유적 같다.
비행 마법이 마력을 너무 많이 소모하는 바람에 나도 많이 지쳤다.

라이트 어두워지고 있어. 사막 안쪽으로 더 나아가면 안 되겠어. 어쩌지...?

  • 폐허에서 휴식을 취한다

라이트 그냥 여기서 좀 쉬어야겠다. 지금쯤 지나가 걱정하면서 날 찾고 있겠지.
헷, 만약에 그애가 고개숙여 사과하면 나도 용서해줄 생각은 있다구.

  • 지나에게로 돌아간다

라이트 기력을 보충하려면 램프로 돌아가야겠어. 지나 일은...흥, 그애가 내게 사과할 기회쯤은 줄 수 있지 뭐.
나는 마법을 써보려고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라이트 휴...마법이 돌아올 때까지 여기서 쉬는 수밖에 없겠구만.

나는 팔을 베고 벽 위에 누워, 약간 지루해진 채 지는 해를 바라본다.

라이트 나처럼 강력한 지니가 말야, 떠돌이 영혼처럼 나다니고 있다니...
과거의 나도 이렇게 강한데다 또 충동적인 사람이었을까?

기억을 더듬어 보지만 헛수고다. 어느새 서서히 눈꺼풀이 무거워져 간다....


지나 위대한 지니 님, 낮에 그렇게 쏘아붙인 건 진심으로 사과드려요.
제발 돌아와 주세요, 당신이 꼭 필요하다구요...
라이트 흠....좋아. 네가 그렇게나 진지하니, 내가 너그러이 용서해 주지.
지나 정말요? 야호!
라이트의 넓은 아량에 보답하려고 우유빵을 좀 준비했어요. 어서 드세요!
라이트 사려깊기도 하지. 그럼 한 입 먹어 보지 뭐.
흠? 잠시만, 이거 맛이 좀 이상한데...혹시 향신료 너무 많이 넣은 거 아냐?
에-에취!


재채기를 너무 세게 한 나머지 벽 위에서 굴러떨어질 뻔한다.

라이트 그러니까 그냥 꿈이었던 거지...?

사막의 밤은 춥고 또 바람이 잦다. 칠흑같은 밤하늘을 보름달이 가득 채운다.
달빛 아래 폐허는 한층 더 황량하고 쓸쓸해 보인다.

라이트 어처구니없는 날씨네, 얼어 죽을 것 같다고!

갑자기 지나의 작은 방과 따스한 담요, 따끈한 우유빵이 그리워진다.

라이트 그 방이 괜찮은 편이라고 한 그애 말이 맞네. 슬럼가는 거의 여기와 다를 바가 없었겠지.
역시 인간에게는 안전하고 따뜻한 집이 중요한가봐...

돌연 무거운 한숨이 들려와 나를 놀래킨다. 펄쩍 뛴 내가 발밑을 둘러보지만 아무도 없다.

라이트 방금 그거 어디서 난 소리지?

잠깐 쉬는 동안 마법의 힘을 조금 회복했으니, 하늘 위에서 주변을 둘러보러 잠시 날아오르기로 한다.
보아하니 그 한숨은 그저 폐허를 도는 바람 소리였던 모양이다.

라이트 이거 으스스한데...

조금 불안해진 내가 이 자리를 뜨기로 마음먹자마자,

??? 실, 실례합니다...당신이 혹시 그 전설 속의 수호신님인가요?
라이트 거기 누구야?!

돌아보니 누군가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다. 마치 어디서 뿅 하고 튀어나온 것 같다.

라이트 수호신?

나는 천천히 공중에서 내려와 아까 낮잠을 자던 벽 위로 내려온다.
고개를 든 그 남자의 얼굴을 보니, 온화한 낯빛의 노인이다.

??? 제 기도를 듣고 이 통곡의 벽에 오신 게 틀림없군요.
위대하고 자비로우신 수호신이시여, 호의에 감사드립니다!
라이트 통곡의 벽? 그게 뭔데?
??? 방금 그건 농담하신 거겠죠. 지금 서 계신 이 오래된 벽들을 보십시오...
수많은 사람들이 당신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으러, 위험한 여정을 감수하고 여기로 찾아오죠.

나는 거의 부서져 가는 벽을 내려다본다. 확실히 벽 위에 다양한 필체로 글들이 새겨져 있다.
벽에 새겨진 글들은 셀 수 없이 다양한 이야기를 품고 있다.
어떤 글은 후회, 어떤 글은 비탄, 또 어떤 글은 삶의 고충을 토로한다.

라이트 (인간이란 얼마나 복잡한 존재인지!)

바람이 불어와 폐허가 한 차례 흐느끼듯 울부짖는다. 때맞춰 그 노인이 다시금 눈앞에 무릎을 끓는다.

??? 위대한 수호신이시여, 한 번만 제 얘기를 들어주시고 이 늙은이의 눈앞에 빛을 비춰 주십시오!
라이트 아냐...당신이 오해한 거야. 난 이곳의 수호신 따위가 아냐.
??? 전해듣기로 수호신께서는 깃털처럼 가볍고, 보름달이 뜨는 날 밤 통곡의 벽 위에서 날아 내려온다던데.
방금 공중을 날아다니시는 걸 봤어요. 전설 속 얘기 그대로였다고요!
위대한 수호신님, 당신의 충직한 종복을 가엾이 여기시어, 이 이상 농담은 그만둬 주십시오...!

노인이 간절한 눈빛으로 날 뚫어져라 쳐다본다.

라이트 (이제 뭘 어쩌지?)

  • 수호신이 맞는 척한다

그의 간절한 눈빛을 보고 있자니 도무지 실망시킬 수가 없다.

라이트 좋아, 내 그 청을 들어주지.
그대 말대로 난 이 통곡의 벽의 위대하고 강력한 수호신이니라.
??? 역시 맞았어! 내내 간곡히 기도드리며 이 먼 길을 찾아온 보람이 있군요!

신이 나 내 손을 움켜잡는 노인의 만면에 화색이 돈다.

라이트 그대 심중에 있는 모든 걸 기꺼이 털어놓도록.
??? 위대한 수호신이시여, 참으로 긴 이야기입니다...

  • 주저한다

라이트 어...그게 나도 마법을 아는 건 맞지만...난 정말 이 벽의 수호신 따위가 아니라니까. 그저 지나던 길이었어-

내 정체를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지 고민하고 있는데, 노인의 얼굴에 실망의 빛이 스친다.

??? 그럼 누구에게 제 이야기를 말씀드려야 하죠?

노인이 깊은 한숨을 쉰다.

??? 이 나이가 되어서도, 한평생 단 한가지를 두고 내내 후회하며 살아왔죠...

그의 쓸쓸하기 짝이 없는 표정을 보고 있자니, 도무지 그를 또 실망시킬 수가 없다.

라이트 당신이 말하는 수호신은 아니지만, 당신 얘기를 들어줄 수는 있어.
원하면 그 속마음을 나한테 털어놓으라고.
??? 정말 친절하시군요. 휴, 참으로 긴 이야기입니다...

찬 밤바람이 불어오는 가운데 노인이 차차 지난날 이야기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