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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프린세스] 통곡의 벽 외전 1-6

마야마얌 2022. 2. 16. 04:12

상단을 놓쳤으니, 지나를 안고 사막을 가로질러 날아가는 수밖에 없다.
이 여행길은 나를 완전히 진빠지게 한다. 되는대로 자주 멈춰서 쉬어줘야 한다.

라이트 힘들어 죽겠네! 이 속도로 언제 수도에 도착하지?!
지나 그래도 걸어가는 것보단 빨라요. 좀만 참아요.
라이트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니 말은 쉽지.
지나 흠, 그럼 램프 안에서 잠시 쉬어도 돼요. 내가 램프를 들고 좀 걸어갈게요.
라이트 무리하지 마, 발목이 아직도 부어있잖아. 일단 이 상황에서는 마법이 최선이야.
안 그래, 규칙 성애자 지나 씨?
지나 지금 이게 썩 효율이 좋진 못한 건 사실이에요. 음, 마법을 한번...써볼 수도 있겠네요.
라이트 헷, 내 솜씨를 좀 보여주지.

  • 낙타 두 마리를 만들어낸다

라이트 보자, 우리가 탈 낙타 두 마리를 만들어내자고.
지나 낙타라고 하지 않았어요? 왜 염소 두 마리가 있는 건데요?
라이트 그냥 사고야! 다시 한 번 해 볼게.
이번에 나는 황소 두 마리를 만들어내 버린다. 황소들이 발굽으로 땅을 차니, 지나가 온통 모래투성이가 된다.
지나 라이트, 마법이 또 안 듣는 거에요?
라이트 아냐, 그냥 내가 만들어낼 수 있는 동물들이 얼마나 다양한지 보여주려던 거라고.
지나 딴짓 그만 해요, 해가 벌써 지고 있다고요! 얼른 낙타나 만들어요!
라이트 알았어, 알았어. 잔소리 그만 해. 그것도 내 마법 능력에 영향을 준다고.

나는 내 마법을 바로잡는 데 집중한다. 마침내 낙타 두 마리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한다.

지나 멋져요! 정말 위대한 지니가 맞네요!
솔직히 그냥 시간 끄는 거 아닌지 걱정했는데.
라이트 (이번엔 망치지 않아서 다행이다...)

우리의 위용 넘치는 낙타를 타고 지나와 나는 수도로 향한다.

라이트 이렇게 하면 수도에도 빨리 도착하고, 시간과 기력도 절약할 수 있다구.

그 말을 마치자마자 '펑' 소리와 함께 낙타 두 마리가 연기처럼 사라진다.
무방비 상태로 지나와 나는 바닥에 떨어져, 모래먼지를 뒤집어쓴 채 콜록거린다.

  • 마법의 물약을 만들어낸다

나는 초록 물약 한 병을 만들어낸다.
지나 이게 뭐죠?
라이트 마법의 물약이야. 마시면 너도 하늘을 날 수 있어.
지나 색이 좀 이상한데요. 정말 이게 효과가 있을까요?
라이트 물론이지. 이렇게 급박한 상황만 아니었다면, 인간에게 나눠주지도 않았을 거라고.
그만 의심하고 얼른 마셔!

지나는 한참을 더 망설이고는 물약을 들이킨다.
초록색의 광휘가 그애의 발밑에 나타나더니, 서서히 깃털처럼 몸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지나 와, 이거 멋져요!
라이트 이제 넌 나처럼 바람을 탈 수도 있다고. 당장 오늘 밤에 수도에 도착하게 될지도 몰라.

그 말을 마치자마자 떠오르던 지나가 갑자기 비명을 지르더니, 아래로 곤두박질치기 시작한다.
다행히도 내가 제때 반응해서 땅에 떨어지기 전에 그애를 잡아챈다.

지나 도대체 이 물약 뭐가 문제에요? 잠깐 동안밖에 약효가 안 나잖아요...나 죽을 뻔했다고요!

라이트 아무래도 내가 오늘 상태가 별로인 것 같네...
지나 이제 어쩌죠? 벌써 어두워지고 있어요.
라이트 지금 내 기력으로는 뭘 만들어내도 금방 사라질 거야. 널 안고 날아갈 수도 없고.
일단 오늘밤은 여기서 쉬자. 내일 어떻게 할지 생각해 보자고.
지나 그래요.

밤이 깊어올수록 사막은 차게 식어가고, 주변은 조용하고 또 평온하다.
나는 마지막 남은 마력을 쥐어짜내 불을 붙인다. 지나가 가방을 뒤지더니 놀랍게도 작은 천막을 하나 쳐낸다.

지나 봐요, 이렇게 하면 자는 데 좀 나을 거에요.
라이트 천막이 하나뿐인데, 여기서 어떻게 '우리 둘이' 자?
지나 물론 천막 안에서 자는 건 나 하나죠. 라이트는 램프로 돌아가요.
라이트 으아, 네가 요 며칠 얼마나 힘들게 다녔는지 봐왔으니, 말꼬리 잡지 않을게.

부드러운 밤바람이 우리의 피로를 조금 씻어낸다. 지나와 나는 불가에 함께 앉아있다.
지나의 얼굴이 불빛에 비쳐 환해진다. 그애에게서 옅은 향기가 훅 끼쳐 온다.

라이트 (오십 년 전, 갈립이 아딜라를 바라볼 때 꼭 이랬을까?)

아딜라의 마지막 선택을 되새긴 나는 갑자기 침울한 기분에 휩싸인다.
아직 과거의 기억은 굳게 닫혀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지나 라이트, 상태가 좀 안 좋아 보여요. 너무 무리해서 힘을 쓴 거에요?
라이트 아, 아냐, 난 괜찮아. 잠시 멍때리고 있었어.
지나 아딜라를 찾아 수도로 빨리 돌아가고 싶은 건 알아요.
하지만 차마 해내지 못할 것 같을 땐 너무 자신을 몰아세우지 마요.
라이트 그 문제가 아냐.
지나 그럼 뭐 다른 걱정거리라도 있는 거에요?
라이트 갈립과 아딜라 일을 생각하고 있었어.
지나, 네가 아딜라였다면 어떻게 했겠어?
지나 나요?

지나는 잠시 생각에 잠겨 불꽃을 바라본다. 조금 뒤 진지한 표정의 그애가 나를 돌아본다.

지나 나라면 부족을 버리고 갈립과 함께 도망칠 수는 없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얼굴 한 번 못 본 귀족과 결혼하겠다고 자유를 희생하지도 않았을 거에요.
라이트 무슨 생각이야? 다른 선택지라도 있다는 거야?
지나 당연하죠! 왜 꼭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해요?
나는 계속 유목민으로 살면서, 갈립을 옆에 두고 내 부족을 이끌 거에요. 평화스럽게 살면서 일할 방법을 찾을 거라고요.
라이트 너니까 그렇게 태평한 얘길 할 수 있겠구나.
"평화스럽게 살면서 일할 방법" 같은 건 쉽게 나오는 게 아냐.
네가 말한 '찾는다는' 일이, 뭇사람들한테는 그저 한평생 표류하는 방황에 지나지 않을지 몰라.
지나 하지만 시도해보지도 않고 어떻게 알겠어요?
남의 보호에 의지한다는 건 수동적이 된다는 거에요. 고작 안정을 위해 남에게 날 내주진 않을래요.
얼마나 어렵든, 내 손으로 내 인생을 바꾸고 싶어요.

지나가 한 말을 되새기며, 한순간 나는-

  • 감탄한다

라이트 네가 이렇게 용기와 혜안이 있는 줄은 몰랐네. 그런 말을 하니까 네가 좀 달라 보이지만, 사실 그건 만만치 않은 선택이야.
지나 난 두렵지 않아요. 슬럼가에서 살면서 내 손으로 생계를 유지했고, 동굴에서도 무사히 탈출했어요.
미래에 뭐가 있든 내 힘으로 헤쳐나갈 수 있어요!

  • 의심한다

라이트 네 말이 맞지만, 인생은 절대 그렇게 쉽지 않아.
이 길을 택하면 넌 수많은 오해와 의혹을 맞닥뜨릴 수밖에 없어.
지나 그렇더라도 버텨야죠. 두렵지 않아요.
어쨌든 이 세상에 쉬운 일이라곤 없으니까요.

라이트 정말이지 고집 센 파트너라니까.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문제를 일으킬지 짐작도 안 가.

그렇게 말은 해 뒀어도, 나는 속으로 어쩐지 안심이 된다.

라이트 (내 손으로 인생을 바꾼다라...)

그 말들을 곱씹고 있자니, 지난 며칠간 들었던 복잡한 감정들이 연기처럼 날아가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