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문 외전의 한국어 번역
사절단이 당도하는 날이 가까워 오자, 풀문 킹덤의 국왕은 도시 전역에 걸쳐 보안을 강화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카히르가 병사들로 하여금 낮에는 보초를 서고, 밤에는 순찰을 돌도록 하니 도시의 부랑자들과 난봉꾼들이 자취를 감춘다.
마치 길고양이마저 숨을 죽이는 듯하다.
지나 라이트도 요새 램프 안에서 낮잠을 더 자는 건가?
라이트 나 불렀어?
지나 이크! 거기 누구에요? 라이트?
찬장 안에 든 마법 램프가 대답이라도 하듯이 불빛을 깜빡인다.
램프를 꺼내 몇 번 문지르니, 라이트의 모습이 연기 속에서 나타난다.
라이트 왜 놀라는데? 이 방에 나 말고 또 누가 있다고.
벌써 예전에 얘기 끝났잖아. 될 수 있으면 이제 내 존재에 익숙해지라고.
지나 당연히 익숙하죠! 그냥 잠깐 생각 중이었어요. 라이트가 날 놀래킨 거에요!
라이트 그냥 생각 중...?
내 대답을 바라는 게 아니면 내 이름 함부로 부르지 마.
지나 내가 방금 이름을 불렀다구요?
라이트는 그저 팔짱을 낀 채, 그럼 달리 뭐겠냐는 눈빛으로 바라볼 따름이다.
지나 알았아요, 난 그냥 사라진 보석 일에 정신이 팔린 것 뿐이에요. 신중하지 않으면...
라이트 네가 그렇게나 열심인 건 고맙지만, 외국 사절단은 앞으로 좀더 있어야 도착할 거야.
왜 벌써 설레발을 치는 건데?
지나 이런 큰일에 매여서 앞으로 2주나 잠자코 있으라니, 어떻게 그럴 수 있겠어요?
라이트 가만히 못 있겠으면 내 어깨랑 다리나 좀 주물러 주고, 그 다음에 왕궁 침입 준비를 하는 건 어때?
지나 꿈 깨시죠!
당신도 뾰족한 수가 없는 것 같으니, 그냥 마스터 신밧드에게 가서 따로 할일은 없는지나 보고 올래요.
라이트 그래서 이 위대한 지니를 혼자 버려두고, 그 뚱보의 시중이나 들러 가겠다고?
그럴 거면 난 그냥 낮잠이나 더 자러 갈래.
그 말을 끝으로 라이트는 램프 안으로 돌아간다.
지나 좋아, 옷이나 갈아입고 나가자.
저택의 테라스 위에서, 신밧드는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그의 아끼는 담배 파이프를 피우고 있다.
신밧드 지나, 좋은 아침이야! 우리 저택에서의 일상에 적응은 잘 돼 가니?
지나 그럼요! 저택은 집처럼 아늑하고, 연회는 언제나 흥이 넘쳐요.
뛰어난 인재들도 많이 만나 제 시야가 한층 넓어졌어요.
신밧드 허허, 인생에서 좋은 술친구와 잔을 기울이며 별미를 즐기는 것과 견줄 게 없지. 네가 좋아한다니 다행이구나.
지내고 싶은 만큼 얼마든지 있으렴. 이제 어느 연회든 마음대로 와도 된단다.
날 보자고 한 이유가 따로 있니?
지나 특별한 건 없어요. 그냥...저택 일을 도울 만한 게 없나 해서요.
시간은 남아돌고 모두 이렇게 절 돌봐주고 있잖아요. 어떻게든 도움이 되고 싶어요.
신밧드 마음은 아주 장하다만, 저택이든 창고든 이미 일손이 넉넉하구나.
그 말에 조금 실망하던 차에, 저택 안으로 들어오는 다급한 발소리에 대화가 끊긴다.
얼굴이 낯익어 잠시 기억을 더듬어 보다, 그가 신밧드 상단에 자주 합류하는 일등 항해사라는 걸 알아본다.
일등 항해사 마스터 신밧드! 베이더 씨가 앓아누워서 다음 항해에 참여할 수 없답니다.
신밧드 오, 상태는 좀 어때? 의사는 불러뒀고?
일등 항해사 걱정 놓으세요, 의원이 벌써 오는 길입니다. 하지만 다음 여정에는 새 항해사가 필요할 텐데 어쩌죠?
신밧드 그건 나중에 고민하자고. 여기, 얼마 안 되지만 베이더의 모친에게 전해주게나.
그에게는 충분히 쉬고 항해 걱정은 말라고 전하게.
일등 항해사 감사합니다! 이 좋은 소식을 어서 전하겠습니다.
일등 항해사는 작은 금화 주머니를 기쁘게 받아들고는 저택을 나선다.
지나 그가 앓아누웠다니 정말 안됐네요. 어서 나아지셔야 할 텐데.
마스터 신밧드, 저는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아요. 베이더 씨의 빈자리를 채우러 갑판에서 일할 수 있어요.
신밧드는 잠시 고민하는 듯하다가, 유쾌한 기색으로 나를 바라본다.
신밧드 네가 정말 시간이 남아돈다면, 다음 항해엔 우리 상선에 합류하지 않으련?
지나 상선이요? 그 말은...항해에 함께 나간다고요?
신밧드 그래, 마침 신비의 섬을 찾으러 동부 연안으로 항해하려던 참이거든. 어떠니?
그 섬은 금은보화가 넘치고, 군침 도는 산해진미가 끊이지 않는데다, 마르지 않는 샘까지 있다는구나!
또 듣기로...섬은 진정한 모험가 앞에만 모습을 드러낸다는데. 놀랍지 않니?
지나 그런 섬이 정말로 있다구요?
신밧드 정말 그런지 우리가 알아보러 가려던 참이지.
그래서 어떻게 생각하니, 용기내서 함께 가볼 테야?
신밧드의 이야기에 구미가 당긴다. 어찌됐건 이제까지 뱃길에 오를 기회가 없었던 참이다.
하지만 항해에 참여했다가 외국 사절단의 도착에 맞춰 돌아오지 못할까 걱정이다.
지나 (무엇보다 보석을 찾는 게 먼저야...)
- 신밧드의 초대 거절하기
지나 미안해요, 신밧드. 초대에 응할 수 없을 것 같네요.
신밧드 왜? 너무 위험할까봐 그러니?
지나 아니오, 그게 아니라...2주 안에 정말 중요한 뭔가를 해야 해서요.
그게 끝나면 다음 항해에 참여할 수 있을지도 몰라요!
신밧드 물론 언제나 환영이란다. 그치만 섣불리 안 된다고 할 필요는 없어. 일정이 겹치지 않을지도 모르잖니.
가서 일등 항해사와 일정을 논의해 보고, 날짜가 정해지면 결정을 내리마. 어떠니?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인다.
- 망설이는 이유를 밝히기
지나 말씀은 고맙지만, 제 친구와 선약이 있어서...항해에 갔다가 약속을 놓칠까 걱정이에요.
신밧드 오, 꽤나 중요한 약속인 모양이구나. 언제 만나는데?
지나 아, 그게 만날 약속은 아니고, 2주 후에 같이 아주아주 중요한 뭔가를 하기로 해서요.
신밧드 그렇담 2주가 되기 전에 돌아오면 별 문제 없겠구나, 안 그러니?
지나 어...음...하지만 마스터의 계획에 차질이 생기지 않을까요?
신밧드 걱정 말거라. 일등 항해사와 한번 상의해 보고, 어떻게 할지 알려주마!
방으로 돌아와 서둘러 라이트를 소환한다.
라이트 이렇게 일찍 왔다고? 그 뚱보 상인이 꽤 쉬운 일거리를 줬나 본데.
지나 아녜요, 마스터는 당장 일거리는 주지 않았어요. 하지만...
나는 침대 위에 앉아 신밧드의 항해 초대에 관해 라이트에게 낱낱이 얘기한다.
라이트 안돼, 넌 못 가!
지나 왜요?
라이트 그 뚱보 상인이 자기 일정을 바꿔준대도, 바다 위의 일은 한치 앞도 모르는 법이야.
그가 네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고 누가 그래? 베테랑 선원도 변덕스런 날씨 앞에서는 그저 신의 자비나 구해야 하는 판에.
게다가 그 뚱보는 순전히 운에 기대는 얼간이라고!
지나 라이트, 마스터 신밧드에 대해 함부로 말하지 마요! 그는 우리 두 사람보다 훨씬 바닷길 경험이 많다구요.
라이트 글쎄다. 거기다가 그 섬에 대해 제대로 아는 사람도 없잖아...
보나마나 자기 집 요상한 책들에서 읽어나 봤겠지. 그냥 뜬소문 같다구.
갈 만한 이유가 하나도 없으니까, 그냥 집에서 쉬기나 하는 게 나아!
지나 그건 그렇게 문제가 되지 않아요. 생각해 봐요...신밧드와 그의 선원들은 보고 들은 게 많다니까요.
그 중에 보석에 대해 아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죠!
라이트 솔직히 그건 그냥 희망사항 같은데...
라이트와 답 없는 언쟁을 계속하는 와중에, 별안간 누군가 문을 두드린다.
신밧드 지나, 날세, 신밧드.
지나 라이트, 숨어요!
라이트 ...
신밧드 지나, 일등 항해사와 얘기해 봤는데...
지나 그렇게 빨리 결정하셨어요?
신밧드 하하, 그게 깜빡 잊고 있었다네. 나도 2주 뒤엔 외국 사절단을 맞이하는 왕궁 연회에 가야 하는데 말야.
그러니 그 섬을 찾든 못 찾든, 열흘 안에는 돌아올 걸세!
아무 때나 오는 기회가 아니니, 이제 어떻게 할지 얘기해주게.
그가 너무나 신난 것 같아 도무지 실망시킬 수가 없다.
지나 물론 같이 가죠!
신밧드 좋아! 이번 여정도 분명 보람있는 기회가 될 게야.
그가 복도 저편으로 멀어지고 한참이 지나서도, 호탕한 웃음소리가 벽을 타고 울려온다.
지나 라이트, 방금 들었어요?
신밧드가 외국 사절단의 도착에 맞춰 열흘 안에는 왕국에 돌아온다고 약속했어요.
라이트 목숨이 아깝지 않으면 가시던지. 적어도 방 청소나 하고 있진 않아도 될 테니까.
지나 심술궂게 굴지 마요. 만약에 정말 그 섬을 찾으면요?
어쨌거나...같이 갈 거죠?
라이트 흥, 바다 위를 떠다니는 게 뭐가 그리 좋다고? 생각 좀 해 보고...